20년 前 관용차로 수입차 타며 한·미 FTA 주도

입력 2022-04-03 19:37   수정 2022-04-04 01:32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관가를 대표하는 통상 전문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협상의 고비마다 협상을 타결로 이끄는 ‘소방수’를 자처했다. ‘경제 안보’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시장 개방에 대한 그의 소신과 철학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의 시장 개방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맡았던 2000년 7월의 일화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그는 한국 정부의 자동차시장 개방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겠다며 자신의 관용차를 기존 국산차에서 스웨덴의 ‘사브 9-5’로 바꿨다. 장관급 고위 관료가 외제차를 타기로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앞서 한 후보자는 1998년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 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당시에도 총대를 메고 폐지론을 적극 설파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던 2006년에도 한·미 FTA 협상의 선결 작업으로 꼽혔던 스크린쿼터 축소(연간 146일→73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 후보자는 공직사회에서 ‘자기관리 끝판왕’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상공부 과장으로 재직하던 1982년 휴직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84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박사학위 논문인 ‘외부 충격, 조정과 성장’에서 한 후보자는 “대외 무역을 제한해 경제를 안정시키는 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 경제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런 소신은 이후 한 후보자가 관여한 1995년 한·미 자동차 협상,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협상, 2000년 칠레와의 FTA 협상 등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는 2000년 중국이 한국의 마늘 수입 규제(세이프가드)에 맞서 휴대폰 금수 등 보복 조치를 취하자 “900만달러어치 마늘 수입을 막자고 5억달러 규모 휴대폰 시장을 버릴 수 없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2년 뒤 중국이 한국산 휴대폰 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마늘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이면 합의를 했다는 소위 ‘마늘 협상 파동’ 파문이 일자 “당시 협상을 주도한 사람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물러났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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